번역서와 국내서를 통틀어도 국내에는 아직 1인기업을 주제로 한 책들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깊이와 실용성을 기준으로 가려내자면 정말 두고두고 볼만한 책은 몇 권 안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정부의 1인창조기업 활성화 정책과 맞물려 사람들이 이 키워드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될 것이고, 그에 맞추어 더 많은 책들이 출간될 것이라 예상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괜찮은 책으로는 단연코 다니엘 핑크의 <프리에이전트의 시대> 꼽습니다. 이 책에 대해서는 앞으로 두고두고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전체적인 분위기는 조금 다르지만 독일판 프리에이전트의 시대라고 할 수 있는(물론 필자만의 생각임^^) 군둘라 엥리슈의 <잡노마드 사회> 역시 1인기업을 준비하는 이들이 읽어야할 필독서입니다. 오늘은 '직업의 유랑자들'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을 간략히 소개하겠습니다.
노마드(nomad)는 유목민을 뜻합니다. 책의 제목으로 쓰인 잡노마드는 직업을 따라 유랑하는 유목민이란 뜻을 가진 신조어로 과거의 직업 세계에 등을 돌린 사람들을 말합니다. (영어로는 jobhopper라고도 하는데, 이는 직업을 자주 바꾸는 사람에게 쓰는 말로 상대방을 비하하는 의미가 담겨있다고도 합니다)
과거의 직업세계는 평생직장이라는 단어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평생토록 한 직장에서 자리잡고 같은 일을 하며 안정적으로 사는 것이 사람들의 목표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제대로 된 삶의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새로운 직업세대, 즉 잡노마드들은 회사를 떠나 유목민처럼 떠도는 삶을 살아갑니다. 한 직장에 얽매이지 않으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실현하며 사는 삶을 추구합니다. <잡노마드 사회>는 이러한 새로운 사람들, 그리고 이들이 살아가게 될 사회에 관한 보고서입니다.
가장 흥미로운 점이라고 한다면, 역시 제목에서 보는 바와 같이 21세기의 새로운 노동방식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유목민에 비유했다는 것입니다. 유목은 우리가 지금처럼 한 곳에 집을 마련하고 살아가는 생활방식, 그 이전의 것입니다. 기술의 발달로 인해 삶의 모습이 그 예전의 것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흥미롭습니다. 이 책에서는 우리의 삶의 양식이 어떻게 유동에서 정착으로, 그리고 다시 정착에서 유동으로 변화하고 있는지 그 과정과 의미를 이야기해줍니다. 1인기업이라는 것이 단지 하나의 트렌드가 아닌, 거대한 노동구조와 근본적인 삶의 방식의 변화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책의 전체에 걸쳐 유목과 정착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앞으로의 경제구조와 직업, 삶의 방식 등에 깊이 있는 분석을 보여줍니다. 책 자체는 그리 많은 분량이 아니면서도, 다룰 내용을 다 다루고 있는 속이 꽉찬 책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저자는 어렵고 딱딱해 이직 현실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느껴질 수 있는 내용을 참으로 차분하면서도 힘있게 전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참고로 책은 2001년 출간되었음) '직업이란 무엇인가?', '부(富)란 무엇인가?'와 같은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답을 구하는데 지면을 아끼지 않습니다.
1인기업과 같이 먹고 사는 것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내용을 다루는 책들에서 우리는 조금 성급할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좀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며, 당장에 써먹을 수 있는 정보를 손에 쥐기 원합니다. 물론 이 책도 그런 내용을 담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보다는 훨씬 본질적이고 중요한 밑바닥의 내용을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어디서 무엇을 하건 중요한 것은 기본기입니다. 이 책은 1인기업가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기본기를 연마하는 데 크게 기여할 책이 될 것입니다. 책에서 던져주는 여러가지 질문들은 앞으로 쓰게 될 많은 글에서 틈틈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일이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이기도 하죠. 이를테면 그들은 자신이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을 합니다. 그래야만 결과가 좋아요. 이런 식으로 일하면, 일하는 게 생계의 수단이 아니라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행동이 됩니다.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창조적이고 생산적입니다. 그런 성향이 우리 모두에게 숨어 있다는 얘기죠. 유감스러운 점은, 소수의 사람들만이 이를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이지요." - 알렉산더 슈텐첼 (18-1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