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핸디의 <코끼리와 벼룩>

책/영화/웹 2008/11/14 08:56 Posted by 최코치

진리가 거치는 3단계

14p) 나는 모든 진리가 3단계를 거친다는 철학자 아르투르 쇼펜하우어의 말로 나 자신을 위로했다. 그에 따르면 진리는 첫째 조롱을 받고, 둘째 반대를 받다가, 셋째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1994년 영국에서는 전체기업의 11퍼센트만의 5명의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었다. 1996년에 이르러서는 영국회사의 67퍼센트가 1인 회사였고, 2000년에 이르러 종신계약의 전일제(full-time)직장에 근무하는 영국 노동력은 40퍼센트로 떨어졌다. 찰스핸디는 미래의 기업은 갈수록 그 크기를 줄여갈 것이고 결국 수많은 사람들은 그가 벼룩이라는 말로 표현한 프리랜서, 또는 1인 기업가로 살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그의 주장에 대해서 역시 사람들은 반신반의 했다. 물론 이런 주장을 한 사람은 그 혼자만이 아니며, 지금도 그러한 쪽으로 노동의 구조가 옮겨가고 있다는 것은 위의 통계치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아직도 인정하지 않는다. 아직도 진리가 받아들여지는 첫 번째 단계에 있는 듯이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현실을 조롱한다. 어찌보면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나 역시 꼭 이러한 추세를 염두해 두고 직업을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어찌되었건 벼룩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내 주위의 사람들은 나의 이런 삶을 결코 고운 시선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저 고된 현실을 외면한 이상주의자의 삶으로 치부한다. 어떤 때에는 그 사람들은 "그것봐라. 내가 그거 하지 말랬지? 안된다고 했지? 어렵다고 했잖아."라는 말을 할 때만을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찰스 핸디 또한 이러한 과정을 겪었을 것이다. 다가오는 진실은 조롱하고, 반대한다고 진실이 아닌 것으로 바뀌지 않는다. 극심한 취업난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많은 젊은이들은 이러한 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 할 것인가? 이를 염두해 둔 인생설계가 필요한 때이다.

우리의 에고는 많은 스토리를 만들어 내고, 우리는 그 안에서 살아간다. 무엇이 사실인지, 무엇이 실재인지, 무엇이 진실인지 알아보기 힘들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알아보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가끔씩 진실을 보자고 말하는 나의 모습이 힘없어 보인다. 진실이 무엇이던 간에 자신이 만들어낸 스토리를 결코 던져버리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 또한 많다. 그것은 너무나 오랫동안 안고 살아온 것이기에, 그것을 던져버리는 것은 자신의 일부를 던져버리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래서 두렵고, 그래서 힘들지만 그것을 계속 안고 살아가기를 선택한다. 자명한 것을 자명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 또한 코칭이 해야 될 한 가지 인듯하다.

살아있는 삶

18p) 1981년 당시 나는 윈저성의 안전함을 떠나 바깥 세계에서 나의 행운을 시험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곳에 너무 오래 머물다가는 화석이 되어 바깥 세계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 같았다.

찰스 핸디는 내가 코끼리에 의지하여 살아가던 시절에 느꼈던 감정과 생각을 너무나 잘 표현해주었다. 나 역시 안전함을 떠나 바깥 세계에서 나의 행운을 시험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곳에 너무 오래 머물다가는 다시는 바깥 세계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상황이라면 많은 사람들은 바깥 세계에는 절대로 나가지 않을 것이라 다짐한다. 사실 다짐이라는 표현보다는 위로라는 표현이 맞는 듯하다. 바깥 세계에 나가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자신 스스로가 선택할 수도 있는 문제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안전해 보이는 세상에서 느끼는 나의 존재에 대한 위기감은 나에게 대단한 것이었다. 자유롭게 나를 시험해 보고 싶었다. 화석이 되어 죽어있는 듯이 살아가고 싶지 않았다.

솔직한 사람

18p) 내가 할 줄 아는 것은 글을 쓰고 강연하는 것뿐이어서 나의 앞날은 그야말로 막막하고 불확실했다.

그는 참 솔직한 사람이다. 경영 컨설턴트이면서도 누구나 읽기 쉬운 글을 쓰는 그의 재주는 어쩌면 이런 솔직함을 바탕으로 한 것이기도 해 보인다. 그는 멋있어 보이려 하지 않는다. 뭔가 자신에게 없는 것을 있어 보이려고 굳이 애쓰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직업인 작가의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를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자신의 병역 기피나 권력에 복종하려는 경향 등 남들에게 손가락질 받을 수 있는 얘기들도 서슴없이 말한다. 솔직하지 못하면 글은 어려워진다. 하나의 거짓말을 완벽하게 하기 위해 또 다른 거짓말이 필요하고 그러다 보면 결국 거짓말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자신마저도 알아보기 힘들어지는 사태가 발생한다. 자신의 말을 자신이 뒤집고, 자신의 파놓은 함정에 자신이 빠지는 일이 생긴다. 작가로서 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솔직함은 가장 쉽고 편하지만, 가장 강한 힘을 가지고 살 수 있는 능력과 자격을 부여해준다.

그냥 나

31p)
"포트폴리오 인생으로 간다면 자네 자신의 직함은 어떻게 되는 건가?"
내 친구가 물었다.
"전(前) 학장이라고 둘러대는 것도 잠시밖에 안 될 텐데."
"그냥 찰스 핸디가 되는 거지."

명함이 없이 못 사는 사람들. 사회에서 우리는 명함으로 나 자신을 드러낸다. 어떤 회사에 다니고 그 곳에서 어떤 직함을 가지고 있느냐가 그 사람을 인식하는 데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포트폴리오 인생을 선택한 사람들은 소속된 회사가 없다. 그렇기에 회사로 자신을 대변할 수 없다. 직함도 없다. 그렇기에 직함으로도 자신을 대변할 수 없다. 그들에게 있는 것은 오직 이름뿐이다. 그저 그 사람이 되어 사는 것이다. 직장을 나와 누릴 수 있는 모든 자유를 누림과 동시에, 그 동안 직장이 대신 맡아주던 모든 책임을 떠맡아야 한다. 내가 직장을 나와 처음으로 명함을 만들 때가 기억난다. 명함을 어디서 만들어야 할지, 디자인은 어떻게 해야 할지, 들어갈 내용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넣고 무엇을 빼야할지 명함 하나 만드는데에도 고려할 것이 많았다. 직장에 다녔다면 아무것도 아니었을 것이 새로운 고민거리가 되어 다가왔다. 아마도 그때 처음으로 내가 진짜 홀로서기를 해야 되는구나 라고 느꼈던 것 같다. 그저 자기 자신으로 산다는 것, 그것은 인생에서 참 해 볼만한 실험이다. 재미있는 것이다. 지금은 그것을 즐기고 있다.

기억

33p) 이 책은 기억과 편견의 뒤범벅이다. 하지만 나는 내심 그것을 아이디어와 사상의 집합이라고 부르고 싶다.

여기서 또 한번 찰스 핸디의 솔직함을 느낄 수 있다. 자신의 책을 기억과 편견의 뒤범벅이라고 표현하는 작가가 몇이나 되겠는가? 그것도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라는 사람이 말이다. 게다가 그것도 모자라 자신은 그것을 아이디어와 사상의 집합이라 부르고 싶다고 밝힌다.
그렇지, 사실 모든 책이 그런 것 아닌가? 인간은 기억 속에서 살고 그 기억 속에서 만들어진 편견을 가지고 산다. 단 그것들이 우리의 인생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든다면야 상관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기억과 편견, 이것은 또 나에게 크나큰 연구과제를 안겨준 주제이기도 하다.
찰스핸디는 또 소설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자서전을 인용하여 기억에 대한 그의 생각을 다시 한번 드러내고 있다. "인생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것은 당신에게 실제로 벌어진 일이 아니라, 당신이 기억하고 있는 일과 당신이 그것을 기억하는 방식이다."

자신으로서의 시작

38p) 시작은 언제나 중요하다. 우리의 과거는 불가피하게 우리의 현재와 미래의 일부분이다. 생애의 후반기에 접어들어 벼룩의 생활을 영위하려면 먼저 나 자신에게 충실해져야 한다. 자기가 아닌 다른 어떤 것을 염원하거나 가장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벼룩의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선 자신에게 충실해져야 한다. 결코 자기가 아닌 다른 어떤 것을 염원하거나 가장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사회, 규범, 관습, 문화라는 것들에 의해 우리가 아닌 것으로 살아가도록 알게 모르게 길들여져 왔다. 이제 그렇게 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해보이기 때로는 그런 삶 속에서 평안함과 안정감을 느끼기도 한다. 우리가 속한 곳에서 요구하는 대로 사는 것은 어느 정도 안전함을 보장해 준다. 하지만, 그러한 삶에서 벗어나고자 할 때는 철저하게 자기다움을 되찾고 자기답게 살아갈 것이 요구된다. 다른 그 무엇도 아닌 오로지 자신에게 충실해져야만 한다. 그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고 전제조건이다. 모름지기 진정한 자신만의 인생을 살고 싶다면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과 자신만의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야 할 것이다.

59p) T.S. 엘리엇(T.S. Eliot)은 이렇게 말했다. "네가 시작한 곳으로 되돌아가 이제 난생처음으로 그곳이 어떤 곳인지 알아보라."

멍청한 회사?

149p) 회사의 많은 자신들이 만질 수도 없고 볼 수도 없는 것, 즉 단 하루 만에 사직 예고를 하고 퇴사할 수도 있는 직원들의 머리 속에 들어 있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마당에 주주들이 회사를 '소유'하고 있다는 게 무슨 큰 의미가 있을까.

이런 걸 보면 회사는 참 멍청하다. 회사의 정신의 과연 누구의 정신일까? 경영자? 주주는 투자자일 뿐이다. 주주들이 회사를 움직일 수 없다. 회사의 정신을 가진 자들이 회사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과연 살의 정신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찰스핸디의 구체적이고 솔직한 견해는 속이 시원하고 짜릿하다.

특히나 좋은 구절

27) 이미 흘러가버린 과거의 세상, 혹은 자기가 원하는 어떤 세상을 목표로 하여 자신의 인생을 준비한다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것이다. 현실은 그렇지 않은데도 개인에게 과거처럼 살아갈 것을 가르치는 것은 부도덕한 것이다.

87) 나는 가끔 농담 삼아 MIT의 슬론 경영대학원에서 내가 배운 것이 있다면 내가 그 학교에 갈 필요가 없었다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런 다음 "하지만 그것을 알아내기 위해 거기에 갈 필요가 없었다"고 재빨리 덧붙인다.

92) 왜 우리는 학교의 학생들에게 그들의 본질을 가르치지 않는가? 우리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해야 한다. "넌 네가 누구인지 아니? 넌 하나의 경이다. 넌 독특한 아이야. 이 세상 어디에도 너하고 똑같이 생긴 아니는 없어. 네 몸을 한 번 살펴봐 너의 달, 팔, 귀여운 손가락, 그것들이 움직이는 모양 등은 모두 하나의 경이야." - 파블로 카잘스(Pablo Casals)

95) 회사의 소유주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 정말 중요한 것은 각 개인의 에너지, 특징, 창조성이다. 그 나머지는 소음에 불과하다.

217) "당신이 직접 벌어들인 돈은 당신이 인간적 가치를 보여주는 훌륭한 표시이므로 자랑해야 할 일이지 결코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 일은 좋은 것이다. 그러므로 좋은 일은 나쁜 일보다 당연히 더 많은 돈을 벌어들여야 한다. 따라서 더 많은 돈을 벌었다는 것은 남보다 더 많이 좋은 일을 했다는 뜻이다."

259) '좋아, 그런대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의 삶은 단 한 번뿐이고 그러니 그 삶을 영위하면서 그저 근근이 견뎌나가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결국 인생의 목적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