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과 개념

에세이 2009/09/17 21:00 Posted by 최코치

현상을 본다는 것과 개념으로 규정짓는 것은 다르다. 개념이란, 일어나는 현상에 이름 붙이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한 이름 붙임은 아니다. 명확하게 정의된 개념은 그냥 흘러가는 현상을 보고 있는 일반 개인들에게 지금 보고 있는 현상이 지난 것과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구별하게 한다.

위키노믹스 Wikinomics의 '감수자의 글' 중에 나오는 대목입니다. 이 인용구와 함께 피터 드러커에 대한 이야기가 잠깐 언급되고 있습니다. 경영의 대가라 불리우는 그는 '지식노동자'라는 개념을 만들어냈습니다. 이 개념을 통해서 이전의 산업노동자와는 다른 직업계층이 생겼음을 알렸던 것이었습니다.

평범한 대중들은 수많은 현상들을 바라봅니다. 마치 날씨좋은 날 하늘에 떠가는 구름을 보듯이 말이죠. 하지만, 무릇 고수라 불리는 사람들은 조금 다릅니다. 그 흘러가는 구름 같은 것들에 이름을 붙여줍니다. 그들이 이름을 붙여준 그 순간부터 그 구름은 그냥 구름이 아닌 것이 되어버립니다. 우리 곁을 흘러가는 무수히 많은 현상들도 그것에 개념이 붙게 되면, 그것은 단순한 현상 그 이상의 것이 되어버립니다. 누군가 지금의 이 시대에 '불황'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면, 그때부터 사람들은 두려움에 휩싸이게 됩니다. 또 누군가가 이 시대에 '호황'이라는 꼬리표를 붙여준다면 사람들은 마음은 조금 풀어질지도 모릅니다.

책에서도 말하는 것처럼 명확한 개념은 단지 현상을 설명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때로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내 안과 밖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 많은 현상들에게 어떠한 개념을 붙여줘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 되어버립니다. 어떠한 개념을 붙이느냐에 따라 내가 볼 수 있는 것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는 나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똑같은 현상을 보고도, 누구는 그것에 기회라는 개념을 붙이는가 하면, 누구는 위기라는 개념을 붙입니다. 그리고, 분명 자신이 붙여준 그 개념에 의해 그들의 인생은 달라질 것입니다. 쉽게 생각할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단지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로 시작하는 김춘수의 시가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