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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신화의 힘"은 낯선 저자에 낯선 내용만으로도 모자라 책의 형식 또한 날 당황스럽게 했다. 일반적인 스토리가 아닌 저널리스트인 빌모이어스와의 대담을 그대로 책으로 옮겨 놓은 것이다. 가끔씩 잡지의 인터뷰 기사에서 접해 본 형식이긴 하지만, 이 많은 분량의 내용을 이 같은 방식으로 읽고 나니 생각을 정리하기가 결코 쉽지 않았다. 미국의 사회교육방송인 PBS의 채널에서 무려 6시간짜리 시리즈로 방송된 대담 내용이라 한다.

신화에 대한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만큼 책의 구조와 핵심내용을 명확히 짚어내기도 어려웠을 뿐 아니라, 두 명의 절대 고수끼리 주고받는 문답내용은 책을 읽는 중간 중간 나를 책 속에서 헤매도록 만들었다.

1장. 신화와 현대세계 - "사람들은 우리 인간이 궁극적으로 찾고자 하는 것은 삶의 의미라고 말하지요. 그러나 나는 우리가 진실로 찾고 있는 것은 그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나는 우리가 찾고 있는 것은 살아 있음에 대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따라서 순수하게 육체적인 차원에서 우리 삶의 경험은 우리의 내적인 존재와 현실 안에서 공명합니다. 이럴 때 우리는 실재로 살아 있음의 황홀을 느끼게 되는 것이지요. 우리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 어떤 실마리의 도움을 받아 우리가 우리 안에서 찾아야 할 것이 바로 이것이랍니다."(29p). 신화란 우리가 살아 있음의 황홀을 느낄 수 있도록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현재 우리의 삶 속에서 신화라는 것이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는 가에 대해 말한다. 이는 조셉 캠벨이 신화를 연구하는 이유, 신화가 우리에게 갖는 의미, 우리가 신화를 접하고 일상 속으로 끌어들여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도입부에서 명쾌하게 제시한다.

2장. 내면으로의 여행 - 신화와 인간 내면(의식)의 관계를 설명한다. 신화는 사회가 꾸는 집단적이고 공적인 꿈으로, 우리에게 의식 너머에 있는 전형적인 어떤 것들을 알려준다. 융 박사에 의해 집단 무의식이라고도 불리는 이 어떤 것이 바로 신화의 관념이며, 이 책에서는 원형이라는 말로 표현되기도 한다. "한 가지 설명은 인간의 마음이라는 것은 그 인간이 세계 어디에 살든 기본적으로는 같다는 설명입니다. "(107p) 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신화 속에서 우리는 인간의 공통된 마음을 읽어 낼 수 있다. 이 같이 우리 내면과 신화의 관계를 설명함으로써, 우리가 신화를 알아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있다. 책에서 말하는 원형, 집단 무의식 이라는 것은 인간의 의식에 대해 다루고 있는 다른 책에서도 쉽게 접할 수가 있다. 인간 정신의 진화에 관한 최고의 전문가로 알려진 데이비드 호킨스(David Hawkins) 박사는 그의 저서 '의식혁명(Power vs Force)'에서 어느 종족이나 바닥 모를 잠재 의식의 심연에 자리잡고 있는 공통된 체험을 가지고 있음을 말하며, 이를 '의식의 데이터베이스(The Database of Consciouness)'나 '끌개장(Attractor Fields)' 이란 용어로 표현하고 있다. 이 역시 수많은 신화 속에 숨겨진 공통된 그 무엇과 다를 바 없다.

3장. 태초의 이야기꾼들 - 신화와 의례는 자연이 가르치는 삶과 인간의 삶을 조화시키는 수단이었다. 의례는 한 개인의 삶을 보다 큰 그 이상의 구조에 귀속시키는 것이었으며, 그를 자연의 법칙에 화합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이에 의례에 참가하는 것은 곧 신화에 참가하는 것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이 장에서는 의례라는 사회적 약속을 통하여 예전의 사람들이 어떻게 신화와 자신들의 삶을 연관시켰는가에 대해 논하고 있다. 의례란 앞서 말한 원형에 접근 하는 전통적인 방법이었음을 알 수 있다.

4장. 희생과 천복 - "천복을 좇으면, 나는 상체 때부터 거기에서 나를 기다리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내가 살아야 하는 삶은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삶입니다. 자기 천복을 좇는 사람은 늘, 그 생명수를 마시는 경험을, 자기 안에 있는 생명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지요." .(177p). 캠벨은 천복을 따르는 삶을 강조한다. 자신 스스로도 신화에 대한 연구를 천복으로 여기고 이를 평생토록 따르는 삶의 살았다. 영적인 중심이 없는 현대의 도시 구조, 갈수록 의례를 접하지 않을 뿐 아니라, 천복을 찾을 노력조차 하지 않는 우리들에 대해 캠벨은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앞 장에서 사회 속에서의 신화의 실현에 대해 언급했다면, 이 장에서는 개인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신화의 실현에 대해 말하고 있다.

5장. 영웅의 모험 - 자기 책임과 자기 확신 위에서 영위되는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죽음과 재생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인간의 삶 자체는 끊임없는 심리적, 육체적인 변모의 과정을 거치기에 모든 인간은 곧 영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우리의 영웅적인 삶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내면에 대한 탐색의 기회를 가질 필요가 있다. 사부님 또한 그의 저서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에서 이와 같은 우리의 모습을 너무나도 오랜 동안 새장 속에 갇혀 있어, 문을 열어줘도 밖으로 날아가지 못하는 새들에 비유하고 있다. "삶이 있는 곳에 늘 변화가 함께 있다. 삶은 강물처럼 흘러간다. 죽음은 바다와 같이 모든 삶의 강물을 받아들인다. 커다란 변화가 시작되는 곳에는 늘 과거의 죽음이 있다. 그러나 죽음은 끝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이며 도약을 예비한다."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138p) 자신이 지금 어디에 와 있는지 느낄 수 있어야 하며,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는 바로 신화와 종교를 통해 가능하다. 캠벨이 말하는 천복을 따르는 자, 즉 영웅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6장. 조화여신의 은혜 - "우주의 어머니인 위대한 여신의 신화는 우리에게 이 세상 만물을 자비로 대할 것을 요구합니다. 이 땅이 곧 여신의 몸이니 이 땅 자체도 신성도 섬겨주기를 요구합니다. "(305p). 신화 속에서의 여성의 의미에 대해 논하고 있다. 아버지는 사회 성격이나 질서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자식에게 사회적인 성격을 부여하는 반면, 어머니는 자식에서 본성을 부여하며, 모든 것을 감싸는 포괄적인 사랑을 표현한다. 따라서 인간이 근본을 추구하고 이로 돌아감은 어머니의 원리로 돌아감을 뜻한다. "여신은 우리 안에도 있고 밖에도 있습니다. 우리의 몸은 곧 여신의 몸이기도 합니다. 우주와 우리가 별개가 아니라 결국은 하나라는 인식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 이것이 신화인 것입니다."(336p)

7장. 사랑과 결혼 이야기 - 진정한 사랑은 철저하게 자기 자신의 경험이어야 한다. 이는 사회의 전통에 반하는 짓이지만, 이런 체험을 통해 기존의 획일적인 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 우리는 우리의 의지력대로 사는 우리 세계와 밖에서 강요하는 또 하나의 세계에 살고 있기도 하다. 중요한 문제는 우리가 이 두 세계를 조화 있게 상호 관계시킬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현대사회 속에서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을 담고 있다. 사회의 전통을 허물고 철저하게 자신의 신념과 의지를 가지고 사는 삶을 강조하고 있지만, 또한 삶과 고통이 별개가 아님을 인식하고 우리 밖의 세계와 조화를 이루어야 함을 말한다.

8장. 영원의 가면 - 우리의 정신 안에는 인류의 공통적인 어떤 힘이 들어있다는 것을 수많은 신화 속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을 통해 확신할 수 있다. 우리는 신화를 통해 신화의 이미지가 가지고 있는 영적 잠재력을 발현할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그 동안의 현실적인 삶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영적인 삶의 단계에 접어들 수 있다. 우리는 그것의 정체를 밝힐 수는 없지만, 우리 뒤에서 우리를 조종하는 근원적인 의지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앞서 충분히 언급되었던 신화 속에 숨겨진 원형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말하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캠벨이 일생을 바쳐 연구한 결과이자,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일 것이다.

"신화의 힘"은 단순한 스토리로서 전달되는 신화가 아닌, 그 안에 감추어진 진리를 전하고자 하는 캠벨의 의지의 결과이다. 대담의 기록이라는 독특한 형식을 갖추고 있지만, 각 장을 통틀어 책 제목과 같이 진정한 신화의 힘에 대해 우리가 이해하고 삶 속에 이를 끌어들이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신화라는 것이 캠벨의 말처럼 영원한 진리를 지니고 있긴 하지만, 현실의 우리 삶 속에서 그러한 진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추구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아쉬운 느낌이다. 특히 시대가 갈수록 그 모습이 사라지고, 본래의 뜻과는 다르게 변형되어 가는 의례는 신화와 현대를 연결하는 구체적인 연결점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역할을 가볍게 다루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