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벤자민버튼'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4/16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그리고 시스템 (1)



안녕하세요~
네..선생님?
데이지 퓰러양이요
잠시만요
앉아계세요


때떄로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충돌 코스에 놓인다
우연이거나 혹은 필연이거나..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파리에 한 여자가 쇼핑하러 가는 길이다
근데 코트를 두고 왔다.그래서 다시 되돌아 간다
코트를 가지러 가는 사이에 전화 벨이 울린다
그래서 잠깐 동안 통화를 한다
여자가 전화를 하는 동안
데이지는 파리 오페라 극장에서 발레 리허설을 하고 있다
리허설 동안..그 여성은 전화를 끊는다
그녀는 밖으로 나와서 택시를 잡는다
막 택시기사는 돈을 좀 일찍 벌어서...
커피 한잔을 마시고 있다
반면에 데이지는 여전히 연습 중이다.
아까 돈을 일찍 벌어서
커피 한잔까지 마신 택시기사는
쇼핑가려던 그 여자를 태웠다
좀 전에 택시를 놓친 그 여자를...
그 택시는 길을 건너던 남자 때문에 갑자기 멈췄다
그 남자는 평상시보다 5분이나 직장에 지각을 했다
왜냐하면 알람 맞추는 것을 까먹어서 이다
남자가 5분 늦게 지각하는 동안
데이지는 리허설을 끝내고 샤워를 하고 있었다
데이지가 샤워를 하는 동안 택시는 부티크 앞에서 여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자는 물건을 찾으려는데 아직 포장이 않되어 있었다
왜냐면 물건 포장하는 소녀가
지난 밤 남자친구와 헤어져서 우는 바람에 까먹은 것이었다
포장이 끝나고 여자가 택시로 돌아왔을 때
배달 트럭이 길을 막고 있었다
데이지가 옷을 갈아입고 있는 동안
트럭이 비켰고 간신히 택시가 출발 할 수 있었다
그러는 동안 데이지가 코트까지 입고나서
신발 끈이 풀린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택시가 신호에 걸려서 기다리는 동안
데이지와 친구는 극장 뒷문으로 나왔다

만약 이 때 하나만 달라졌다면..
친구의 신발끈이 잘 묶여져 있었든지
아니면 배달 트럭이 좀 더 빨리 배달을 했던지..
아니면 소녀가 남자친구와 헤어지지 않아서 포장이 준비되어 있었다면
아니면 남자가 알람을 제 때 맞춰서 일찍 일어났다면
아니면 택시 기사가 커피를 마시지 않았더라면
아니면 여자가 코트를 잘 챙겨 왔더라면..
아니면 여자가 코트를 잘 챙겨 왔더라면..
택시를 좀 더 빨리 탔을 것이고...
데이지와 친구는 길가를 잘 건널 수 있었을 것이다.
택시 역시 잘 지나가고..

하지만 인생이란 게 이런거다..
교차되는 삶과 우발적인 사건들의 연속...
누구도 제어를 할 수 없는..

택시는 잘 지나가지 못했고
택시 기사는 잠깐 딴짓을 했을 뿐이고..
택시는 데이치를 치었다.
데이지는 다리를 다쳤다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에는 위와 같은 장면이 나옵니다. 실제 영상을 구할 수 없어서 벤자민(브래드 피트)의 대사만 옮겨봅니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중의 하나였습니다. 주인공 벤자민이 사랑하는 여인 데이지는 교통사고를 당합니다. 그리고, 병원에 있는 데이지를 찾아간 벤자민이 면회하길 기다리며 하는 독백이죠. 그 사고가 어떻게 해서 일어나게 된 것인지, 그 사건이 일어나는 데 영향을 미쳤던 몇몇 사람들의 정황을 들려줍니다. 꼭 그 장면을 보지 않더라도. 이 대사만 보고서도 참 기가 막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의 삶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크고 작은 사건들 역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제가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있는 이유도 거슬러 올라가보면 우연처럼 보이는 수많은 사건들의 결과입니다. 며칠 전 만나기로 약속된 고객 분께서 갑작스런 일로 약속을 취소하셨습니다. 다음 약속이 있어 뜻하게 않게 스케줄에 구멍이 났습니다. 무엇을 할까 생각하던 중 근처에 극장이 있어 무작정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가장 빨리 시작하는 영화를 골랐습니다. 마침 5분 후에 시작하는 영화가 바로 이 영화였습니다. 그 고객분께서는 또 저와 약속을 취소하게 된 이유가 있으셨을 겁니다. 그렇게 그렇게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무엇이 진짜 원인인지, 그 사건이 누구로부터 시작된 것인지 알수가 없게 됩니다.



이 장면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생각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인간의 삶을 운명이라 말합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우연의 연속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장면을 통해 본 데이지의 교통사고는 운명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우연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영화 속에서 말하듯 이 수많은 사건들 중에 단 하나만이라도 일어나지 않았거나 다른 경우가 생겼다면 그녀는 사고를 당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렇게 수많은 사건들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일어난 것은 운명일까요? 우연일까요? 너무나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이 상황들은 운명이라고 하기도 어렵고, 우연이라고 하기도 어려워보입니다. 그런데 또 우리의 삶은 온통 이러한 일들의 연속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는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원인을 찾으려 합니다. 그렇다면 영화 속에서 그녀가 사고난 원인 또는 책임은 도대체 누구에게 있는 것을까요? 현실에서야 당연히 택시기사이거나 그녀이거나 둘 중 한명의 책임으로 몰고갔을 겁니다. 그런데 이 장면을 보고난 사람이라면 그렇게 쉽게 단정지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수많은 문제의 원인을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이상하게도 이 영화를 보면, 우리의 삶이 무질서하면서도 질서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수많은 사건들을 운명이라고 말하기도, 우연이라고 말하기도 힘들어 보입니다. 또한 우리의 삶은 수많은 선택으로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내 삶에만 영향을 미치지도 않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나의 작은 선택 하나가 다른 어느 누군가에게 어느정도의 영향을 미치게 될지도 알 수 없습니다. 혹시 우리는 모두 이렇게 하나인것처럼 연결된 것이 아닐까요? 우리가 사는 이 세계는 마치 하나의 거대하면서도 정교한 시스템 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과연 이 세상은 어떤 질서가 있을까요? 아니면 그저 모든 것이 우연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일까요?

* 프랙탈 이미지 출처 : [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