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때 IT업종 종사자였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그 엄청난 변화의 속도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다. 얼리어답터는 고사하고 유행이 다 지나간뒤 뒷북을 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삐삐를 사용한 것도 남들보다 2,3년이 늦었고, 핸드폰도 마찬가지 였다. 대부분이 싸이월드를 접고 블로그로 갈아타기 시작했을 무렵 싸이월드를 시작했고, 전자기기를 사면 그것이 망가져 새로 사는 것보다 수리비가 더 들때까지 사용하는 편이었다. (스타크래프트 만큼은 꽤 빨리 시작했던 듯 하다) 그런 내가 바꾼지 6개월 밖에 안된 핸드폰(공짜폰이긴 했지만)을 놔둔 채, 수요일 아이폰을 구입했다. 아이폰으로 갈아타기를 마음먹고나서 채 20시간도 되지 않아 이루어진 일이었다. 가능하면 무언가(특히 전화기 같이 꽤 오래 써야 하는 물건)를 지르기 전에 이것저것 따져보기 좋아하는 나로서는 무척이나 빠른 선택과 실행이었다.
왜 아이폰을 샀는가? 새로운 가능성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렇다고 앱app 개발자가 되겠다는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이 인정하듯 아이폰은 단순한 전화기 그 이상의 물건이다. 혹자는 그것의 수려한 디자인을 강조하기도 하지만, 그 역시도 지금의 아이폰의 명성을 만들어낸 핵심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새로운 문화와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 내고 있다. 대표적 예로 앱스토어라는 기가막힌 시스템이 만들어졌고, 그 안에서 프로그램 개발능력을 가진 많은 개발자들이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웹2.0의 철학을 근간으로 한 애플의 탁월한 전략이다. 아니, 전략이라기 보다는 그냥 자연스러운 흐름인지도 모르겠다.
스티브 잡스는 세상을 놀라게 하겠다던(Make a dent the universe) 자신의 약속은 물론이고, 우리를 세상의 모든 정보에 연결시키겠다는 노키아의 약속(Connecting you to the world of information)까지 덩달아 자신이 지키려고 하는 듯하다. 새로운 문화와 시스템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곧 기존엔 없던 새로운 차원의 세상을 창조하는 것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과장이라고 생각할 수있을지도 모르겠으나, 문화와 시스템은 인간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변화시키는 가장 강력한 구조이다. 한발 더 나아가자면 현대인은 어쩌면 아이폰적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며칠 사용하면서 느낀점은 기존의 온라인과 오프라인과 경계, 유선과 무선의 경계가 완전히 허물어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경계의 사라짐은 곧 자유로움을 뜻한다. 곧 나의 영역이 확장됨을 뜻한다. 한손에 잡히는 그 작은 기계를 사용함으로써 다른 문화를 만나고, 다른 시스템속에 나를 던져 넣는 것이다. 나의 생각이 확장되고, 기존엔 불가능했던 것들이 자연스럽게 가능한 것으로 바뀐다. 예전엔 보지 못했던 기회를 보게되고, 보고 싶지만 볼 수 없었던 가능성의 세계를 보는 것이다. 그 작은 기계 하나가 수많은 코치들이 해야할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을 다시 생각해본다. 웹2.0을 다시 생각해본다. 오픈과 공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통합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코칭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모든 것이 인간을 점점 더 자유롭게 해주고 있다. 온라인 오프라인, 유선, 무선을 가리지 않고 인간이 그 잠재력과 가능성을 더 많이, 더 자연스럽게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동안 인간이 수없이 만들어냈던 그 하찮은 경계들이 사라지고, 소통과 통합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이 시대에 코칭이라는 것이 끊임없이 이야기되고 있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아이폰이 우리에게 안겨준 새로운 세상과 관계없지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이 자유롭게 소통하며 열림, 그 자체가 강조되는 이 시대의 흐름이 우리에게 주는 진짜 의미는 무엇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