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의 구성
구성은 그야말로 단순하다.
1부 '창조성은 어떻게 길러지는가?' 편에서는 이 책을 어떠한 방법으로 바라보고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그 방법에 대해 하워드 가드너는 연구자로서 그의 동료이기도 한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칙센트히하이는 "창조성은 무엇인가?"라는 뻔한 질문보다는 "창조성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접근할 것을 제안했던 것이다. 그의 제안으로 창조성의 근원을 찾아가는 과정은 (1)재능있는 개인, (2)그 개인이 활약하는 특정 분야나 학문 영역, (3)인물과 성과물의 질적수준을 판단하는 장(場)이라는 모형을 따르게 된다. 따라서, 책을 읽는 독자들도 이 모형을 머리 속에 숙지하고, 나머지 부분을 읽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2부 '현대의 창조적 거장들' 편에서는 앞의 그 모형을 가지고, 7명의 창조적 거장들을 만나며 그들의 창조성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 살펴보게 된다. 여기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각기 다른 분야에서, 각기 다른 재능을 가지고 창조성을 발휘한 천재들이다. 등장인물을 언급하자면 지그문트 프로이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파블로 피카소,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T.S.엘리엇, 마사 그레이엄, 마하트마 간디, 이상 7명이다. 정신분석학가, 물리학자, 화가, 작곡가, 시인, 무용가, 정치지도자로 이루어진 이들은 모두 다르면서도 같은 면을 지닌 사람들이다. 이 인물들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저자도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감역자인 문용린의 글이 어느 정도 이해에 도움이 된다.
- 전통적으로 창조성에 대한 연구는 한 천재가 다른 사람들과 얼마나 다르고 특이한가를 밝히는 특이성 연구(idiographic)이거나, 여러 천재들이 공통적으로 지닌 유사점이 무엇인가를 밝히는 공통성 연구(nomothetic) 중 어느 한 쪽으로 진행되었다. 가드너는 이 두 입장을 종합하여, 다양한 분야에서 창조적 업적을 낸 창조자를 선택한 후, 이들 인물의 '특이성'을 자세하게 검토하고 그 속에서 '공통성'을 찾으려고 시도했다. (7p)
3부 '창조성의 조건'에서는 앞에 말한 그 모형이 다시 등장한다. 앞서 7명씩이나 되는 사람들의 각기 다른 창조성의 모습을 봤으니, 이제 그 모형이 그들 모두에게 그럴듯하게 적용되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그러고 나서는 창조성의 본질을 밝히는 이 연구는 수많은 과제를 안고 있으며, 앞으로 이 과제들을 풀기위한 연구가 지속될 것임을 밝히고 있다.
이처럼 단순하고 명쾌한 구조를 가진 책답게 읽기에 어렵지 않았다. 오랜만에 읽기에 속도가 붙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그가 책을 통해 하는 이야기들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오랜 시간동안 해온 연구의 결과를 집대성한 분석서인 동시에, 일반인도 수월하게 읽을 수 있는 대중교양서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사실 읽는 내내 이 책이 도대체 거장들의 창조성의 근원을 캐고자 하는 책인지, 단순한 7명의 전기를 모아 놓은 것인지 답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내가 저자라도 이렇게 쓰고 싶었을 것이다.
특이성과 공통성
앞서 언급했듯이 하워드 가드너는 7명의 천재들을 놓고 그들의 특이성과 공통성을 모두 다루고 있다. 그래서 그는 책 속에서 다소 바빠 보인다. 그래서 그는 프로이트와 아인슈타인을 비교하기도 하고, 피카소와 스트라빈스키, 스트라빈스키와 엘리엇, 마사 그레이엄과 간디를 비교하기도 한다. 각 인물들을 다루면서 중간 중간 짧은 말로 언급하는 것으로는 부족했는지, '간주곡'이라는 이름의 지면을 별도로 할애하여 집중 설명을 하고 있다. 특이성과 공통성을 동시에 찾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이 책의 목적 중 하나이므로, 그의 이러한 모습은 인상 깊게 남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책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아이가 되어라.
아인슈타인이 어린 아이와 같은 순수한 호기심으로 인해 결국 엄청난 업적을 남기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꽤 많이 들어왔다. 이 책에서는 창조성이 바로 그 어린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온다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하고 있다. 하워드 가드너는 다름 아닌 인간이 지능이 한 가지일 수 없다는 다중지능 이론을 발표하여 세계적 주목을 받은 사람이다. 이 책에서는 그는 "창조성의 종류가 단일하다는 생각은 신화에 불과하다.(37p)"라고 말함으로써 인간의 창조성도 결국 여러 가지 방식으로 드러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사실 곰곰히 생각해 본다면 그의 말이 색다른 이론 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너무나도 당연한 소리라는 생각이 든다. 창조적인 사람은 단지 예술 뿐 만이 아닌 어느 분야에나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인간은 왜 이렇게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창조성을 꽁꽁 숨겨두고 살아야만 하는 것일까? 그의 말을 빌리자면, 다름 아닌 우리는 순수한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능력을 잃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그가 지적했던 것처럼 사회적 지원도 필요하겠지만, 가장 일차적인 원인은 우리의 창조성을 가리고 있는 수많은 껍데기들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있을 것이다. 세상 모든 문제가 그렇겠지만, 본질은 단순해 보인다. 세계적인 거장, 천재라는 칭호를 얻고 싶다면 어린 아이가 되는 것이다. 창조적이 되고 싶다면, 어린 아이로 되돌아가자.
- 실상 창조적인 인물이란 호기심 많던 어린 시절에 품었던 수많은 의문점과 문제의식, 그리고 주변 사물을 관찰하는 섬세한 감수성을 자신이 선택한 분야의 가장 선진적인 이해 방식과 '결혼'시키는 참으로 어려운 일을 해낸 사람이다. (78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