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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으면 다른 거리니까요.

책/영화/웹 2009/01/22 20:09 Posted by 최코치


이 사람. 사진만 봐도 왠지 공부를 많이 한 사람처럼 보입니다. 이 사람은 물리학자입니다. 그것도 노벨상을 받은 아주 대단한 물리학자입니다. 1977년에 노벨상을 받은 이 사람의 이름은 필립 앤더슨 Philip W. Anderson 입니다. 사실 이 사람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합니다. 책을 읽다 처음으로 알게 된 사람입니다. 코치가 된 이유로 정말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며 다양한 분야의 많은 사람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이 사람이 한 말 중에 유명한 한 마디가 있습니다. "More is Different". 많은 것은 다르다(?). 더 많으면 다르다(?). 이 정도 뜻이 되겠죠? 도무지 이 말만 들어서는 무슨 말인지 알기가 힘듭니다.

예를 하나 들어 보겠습니다. 갑이라는 사람과 을이라는 사람이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그런데 서로 무엇인가에 대해 의견이 다른가 봅니다.

갑: 부자는 우리와 다르다.
을: 다르긴 뭐가 달라. 그 사람들도 우리랑 똑같애
갑: 부자는 우리와 달라.
을: 거참, 그래봐야 우리보다 돈이 더 많을 뿐이야.
갑: 그래, 더 많으니깐 다른거야.
을: ??

이 대화를 보면 어떤가요? 조금은 감이 잡히시나요. 일단 여러분은 어느 편에 서시겠습니까? 갑인가요? 을인가요? 저는 처음엔 을의 생각에 한표를 던졌습니다. 하지만 나중에는 생각이 바뀌어 갑의 편으로 돌아섰습니다. 갑은 "부자는 우리보다 돈이 많으니까(more), 우리와는 다르다(different)"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앞에서 말한 유명한 물리학자 필립 앤더슨이 한 말과 비슷한 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무슨 말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http://www.flickr.com/photos/luchilu/399970490/


다른 예를 하나 더 들어보겠습니다. 이번에는 주인공이 사람이 아닌 물입니다. 물은 H2O, 즉 물분자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예전에 H2O란 그룹이 있었던 것 같은 기억이 나는데, 정확치는 않습니다. 잠시 딴 얘기를 했습니다. 학창시절 과학을 대단히 못했던 저도 이 정도는 알고 있으니, 다른 분들도 모두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럼 얼음은 어떤가요? 얼음은 물이 얼어서 된 것입니다. 따라서 얼음도 역시 H2O, 물분자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둘다 똑같이 같은 물 분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둘은 전혀 다른 형태입니다. 우리는 물에 빠질 수는 있어도, 얼음에 빠지는 경우는 없으니까 말이죠. 만약 여러 개의 물 분자를 하나 하나씩 떼어 놓고 본다면 그것들은 분명 모두 똑같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들이 여러개 모이면 때로는 물이 되고, 때로는 얼음이 됩니다. 여러 개가 모이면 뭔가 달라지는 듯 합니다. 이렇게 보니 또, 앞서서 갑이 한 말이 떠오르는 군요. 부자는 우리보다 돈이 많으니까 다르다. 물 분자도 각각 떨어져 있을 때는 그저 물 분자일 뿐인데, 여러개가 모이니 뭔가 달라집니다.

http://www.flickr.com/photos/gi/57341575


물리학에서는 이러한 경우를 협동현상이라 부릅니다. 구성원 하나하나와는 상관없이 그것들이 모였을 때 그 집단만의 독특한 다른 성질이 생겨난다는 것입니다. 떠오름 현상이라고도 하고 좀 더 어려운 한자어로는 창발이라고도 합니다. 이 떠오름 현상은 우리에게 중요한 점을 하나 알려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오랜 동안 전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것들을 하나하나 쪼개서 그 부분들을 이해하면 되는 것이라 생각해 왔습니다. 이런 생각을 환원주의라고 하죠. 지금도 많은 학문들이 대부분 그러한 사고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떠오름 현상은 구성원 하나하나를 연구한다고 그것들이 모여 이루는 전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우리 몸은 세포로 구성되어 있고, 세포는 또 분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분자 하나하나에는 생명이란 것이 없습니다. 생명이 없는 것들이 모여 세포를 만들고, 그것들이 모여 하나의 생명체를 만들어냅니다. 정말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인터넷을 떠다니는 수많은 정보들은 결국 모든 것이 0과 1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글도 결국 컴퓨터 내에 0과 1의 조합으로 저장될 것입니다. 0과 1, 이 두 가지를 안다고 이 글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지금와서 보니  필립 앤더슨이 말한 "많은 것은 다르다"의 뜻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생각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도정일 교수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진리의 행보는 우리가 쳐 놓은 학문의 울타리 따윈 거들떠보지도 않죠. 학문의 경계란 자연에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인간이 진리의 궤적을 추적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그어 놓은 거니까요. 진리는 학문의 국경을 비웃기라도 하듯 마음대로 넘나드는데 우리 대부분은 스스로 만들어 놓은 학문의 골방에 쭈그리고 앉아 창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가는 빛줄기만 붙들고 평생 씨름하고 있지 않습니까?". 학문에 대한 그의 생각이 참으로 멋집니다. 그의 말처럼 학문의 경계란 그저 인간들이 인위적으로 그어 놓은 것에 불과합니다. 이 말 역시 근본적으로 모든 학문이 추구하는 진리란 결국 하나의 떠오름이라는 것을 말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 한 학문의 권위자가 되었다고 해서 특별히 유난을 떨 것이 없을 것입니다.

이제 또 코칭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코칭이 이 '떠오름 현상'하고 무슨 관계가 있을가요? 사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책에서 이 '떠오름 현상'에 대해 읽었을 때, 너무나도 강하게 마음 속을 울리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또 코칭과 관련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조금은 다른 의미처럼 느껴지면서도 비슷하게도 느껴지는 것이 있습니다. Holism 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정확히 우리나라 말로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전체론' 정도로 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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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몸을 예로 들자면, 인간의 몸을 구조적, 화학적, 정신적인 측면 어느 하나로만 이해할 것이 아니라, 이들 모두를 동시에 바라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앞서 말한 내용들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인간의 인간의 변화, 성공, 이를 넘어 우리의 인생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의 삶은 다양한 영역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정신적인 영역, 영적인 영역, 신체적인 영역, 관계적인 영역, 지적인 영역, 감정정 영역 등이 하나로 뭉쳐 우리의 삶을 만들어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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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들은 따로 떨어져 있는 듯하면서도 하나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삶 역시 그저 하나로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들 사이의 균형을 유지해야 하고, 이들 사이의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참 어려운 이야기 입니다. 그렇지만 어렵다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좋은 코치라면 고객으로 하여금 삶을 이런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야 할 것입니다. 고객이 삶의 한 조각만이 아닌 진짜 자신의 삶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도록 말입니다.


이미지출처 : Flickr.com